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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24 목양실에서 (Word's Form the Pastor)

영성일기

     

교회 친교실에 설익은 감들이 보인다. 그래서 웬 감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교회 감나무에서 딴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한글학교를 마치고 어울려 놀다가 누구의 선동(?)으로 감을 땄나 보다. 그래도 다섯 그루에 100개는 안 되어도 수십개가 되니 많이 남아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감나무밭에 가 보았다. 그런데 한개도 없다. 어느 나무는 가지마저 부러져 있다. 그 순간 속상함을 넘어 감나무를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껴졌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가을 하면 맑고 높은 하늘과 주홍빛 가득한 감나무가 떠오른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해서 교회를 기억할 때 좋은 기억과 좋은 정서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 빈 공터에 무슨 나무를 심을까 고민하다가 몇해 전에 감나무를 사다 심었다. 그리고 휴스턴의 뜨거운 태양 빛에 죽지 않도록 여름이면 저녁마다 모기에 물리면서 물을 길어다 주곤 했다. 이런 정성 탓인지 감나무마다 휴스턴의 뜨거운 태양 빛 아래에서 몸살 하면서도 잘 자라 주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결실다운 결실을 못 보았다. 그런데 올여름은 짧았다. 100도 넘는 날씨도 며칠 안 되었다. 게다가 감도 어느 해보다 많이 열렸다. 이런 감나무를 보면서 올해는 주홍빛으로 물든 감나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런데 지금 감나무에 감이 없다. 아이들이 무리지어 경쟁하며 따다 보니 높은 곳에 달린 감마저 다 따 버렸다. 한 달만 있으면 주홍빛은 아니어도 지금보다 두 배는 커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한개라도 남기지… 화가 난다. 높은 곳에 달린 감마저 딴것을 보며 큰 아이도 있었던 것 같다. 주동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싶다.

이런 화난 마음과 볼멘소리로 아내에게 “아이들이 감을 다 땄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말하자. 아내는 시큰둥하게 “아이들이 picking 온 것처럼 좋았겠네”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감을 딴 아이들만큼이나 아내도 얄미워졌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으면 되었지”라는 아내의 말이 되새겨지며 “왜 감나무를 심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정서를 주자고 심어놓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는 내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감을 따면 분명 행복해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을 텐데… 내 계획대로 주홍빛 감을 못 보게 되었다고 화를 내고 있다. 부끄럽다.

     

나는 사역하며 왜 힘이 들까? 분명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섬긴다면서 왜 힘들어할까? 감나무를 통해 배운다. “내 생각대로 안 되어서다” 그래서 섬기려고 다가간 사람들에게 섭섭해하고 짜증 내고 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나에게서 일을 빼앗아가지 않고 기회를 주신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신다.

     

이 사랑을 묵상 속에 H마트에 갔다. 작은 소시지를 보는 순간, 아이들이 생각난다. 몇개 집어 들었다. 내 사무실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하니 기쁘다.

“애들아 감 따도 좋아, 유리 깨어도 좋아 제발 하나님의 사람으로만 자라 주렴”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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