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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24 목양실에서 (Word's Form the Pastor)

영성일기

     

교회의 홍수방지 연못가에 펜스를 치고 염소를 기르고 있다. 아이들에게 교회가 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어린 염소 한쌍을 데려왔는데 햇수를 거듭하며 수십 마리로 번식하여 작년 가을에 4마리만 남기고 모두 Farm으로 보내었다. 그런데 1년도 안 되어 개체수가 7마리로 늘었다. 7마리 중에 내가 예뻐하는 놈이 있다. 올 1월 가장 추운 어느 날 칼바람 속에서 태어난 놈이다. 그래서 얼어 죽지 않도록 수건에 싸서 따뜻한 내 사무실로 데려와서 보니 흰색 갈색 검정색이 어우러져 예쁜 무늬를 가졌다. 거기다가 암컷이다. 그리고 펄쩍펄쩍 뛰며 예쁘게 놀며 잘 자란다. 이 녀석을 보고 싶어 염소우리에 괜히 한번 더 가기도 했다.

그런데 한달 전 다른 어미에게서 남자 쌍둥이 염소가 태어났다. 숫컷에 두 마리라 그런지 일찍부터 펜스 틈으로 나와 주차장에 서성인다. 그러자 내가 예뻐하는 암컷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항상 펜스 안에 있었는데 밖에서 노는 쌍둥이를 보고 자기도 나오고 싶었던지 틈만 보면 비집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쁜 암컷의 리드로 교회 정문 앞 화단까지 온다. 와서는 화초를 먹다가 사람을 보면 쏜살같이 도망간다. 세 마리가 도망가는 뒷모습도 예쁘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는 대 놓고 화초를 뜯어 먹는다. 소리치면 도망가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장미의 새순과 화초를 먹어댄다.

오늘은 사무실에 있다가 바깥공기를 쏘이고 싶어 나와보니 세 마리 염소들이 화단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다. 장미나무가 겨울철도 아닌데 앙상하게 가지만 남았다. 그 순간 화가 나서 소리침을 넘어 내 손에 무엇이 쥐어졌고, 쥐어진 그것을 예쁜 염소를 향해 집어 던졌다. 내가 신고 있던 슬리퍼다. 우리 안에 있을 때는 그리도 예뻤는데 우리 밖으로 나와 화원을 망친 것을 보니 슬리퍼를 던질 만큼 미운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을 아이를 데리러 온 어느 분이 보았다. 슬리퍼 던지는 목사를 본 것이다. 부끄러워 엉성하게 웃고는 내동댕이쳐진 슬리퍼를 주워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자신이 보였다. 염소처럼 우리 밖에서 서성이다 미운 짓만 하는 내가 보였다. 나는 일찍 신학교에 가고 일찍 목회에 들어섰지만 내 안에 연약함이 있다. 30,40대 때는 50대만 되면 하나님만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우리 밖의 이끌림이 보인다. 그리고 슬금슬금 그리로 가려고 한다. 아니 어느 때는 이끌림을 넘어 무감각하게 염소처럼 화원을 망치고 있다.

그런데 감사하게 하나님은 나에게 슬리퍼를 던지지 않으시고 오늘도 기다려 주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이 기회이다. 블레셋 7족속을 가나안에서 멸절시키라 한 것은 그들이 우상숭배와 악행으로 그 땅을 더럽혔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택하신 이스라엘 족속이라도 너희가 이 땅을 더럽히면 너희도 그 땅에서 토해 내겠다고 하신다. (레18장).

무슨 말인가? 하나님이 참아주시는 것이다.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의 기쁨을 누리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님만 섬기는 기쁨을 배우자고 외쳐본다.

     

홍형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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